독자들에게 다소 불친절한 시
시속의 시 세 번째 이야기
사고(思考)
어느 날
살다가 문득
생각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사고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일까
사고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일까
째깍째깍
세월만 흘러간다
할 것들에 대한 시
열심이기 전에
열심이지 않을 이유를 찾을 것
노력하기 전에
노력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것
먼저 그렇지 않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에게 증명할 것
기꺼이 네 인생을 살 것
언제나 네 삶을 살아갈 것
우리가 완벽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우리의 사소한 실수로
누군가는 웃을 수 있다면
우리의 불완전함으로
누군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은 실수로 가득차야 한다
불완전함으로 흘러 넘쳐야 한다
고되고 지친 우리의 삶에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선사하기 위해
지각적 오류, 그리고 사랑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이
범주화된 지각의 오류일지라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싶다
사랑한다.
아니, 사랑하고 싶다
이 편견의 늪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샛별
샛별님, 그 빛으로
나를 환하게 비춰주세요
당신이 지쳐 쓰러질 때,
어둠 속에 파묻힌 당신의 손을
부디 발견할 수 있도록
내가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기다림
오늘도
기약 있는 듯 기약 없는 기다림
하염없이
너만을 기다린다
반복되는 늦음에
미안한 너의 얼굴
이제는 말할게
기약이 없기에
나의 기다림의 시간은
더욱 가치가 있음을
너를 기다리지 않는 모든 시간이
오히려 내게는 낭비였음을
생로병사
나 없인 못 살아줘
나 없인 못 늙어줘
나 없인 못 아파줘
나 없인 못 죽어줘
산들
산들산들
산들바람
내 마음에
부는 바람
나를 감싸 안는
그 바람 따라
내 마음도
산들산들
있음, 없음, 않음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의 갈림길에서
하지 않을 자유를 선포한다
이해하지 않는 언어로
이해하지 않는 세계를 노래한다
비로소 나의 이성이
어떠한 것도 이해하려하지 않을 때까지
다시금 이해하지 않는 언어로
이해하지 않는 세계를 노래한다
조차
나의 큰 사랑이
네 삶의 작은 위로조차 될 수 있다면
나의 큰 희생이
네 삶의 작은 기쁨조차 될 수 있다면
도망치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나의 사랑조차 단행하리라
나의 큰 것을 통해
부디 너의 작은 것조차 채워줄 수 있도록
사랑의 무게
허나 좋아한다면
그래도 좋아한다면
하지만 좋아한다면
그런데 좋아한다면
그러나 좋아한다면
그렇지만 좋아한다면
그럼에도 좋아한다면
비로소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
사랑
보고 있지만
하물며 보고 싶은 것일까
사랑은
어깨너머
보이지 않는 실체를 향한
영혼의 갈망
마음의 집
네 눈가에 고인 눈물
결코 떨어지지 않을 그 눈물을 받아줄
집이 되어 줄게
마음은 집이요, 집은 마음이니
언제든 네 눈물이 기거할
집이 되어 줄게
네 눈물이
나의 마음 깊은, 그 깊은 곳으로
타고 흘러내릴 수 있도록
인생
인생은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사회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신으로부터의 결핍을 경험하며,
누군가의 정체성을 품은 채 살아가게 된다.
태어났을 때 우리는 이미 가장 자신다움을 갖추었으며,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인생을 부여받게 되었다.
스스로를 잃지 말아야 한다.
기필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전이 아닌 회귀야말로
인생의 참된 목표임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짠맛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돌
돌을 던져라
네가 쥐고 있는 그 돌을
손을 던져라
네가 쥐고 있던 그 돌을
던지지 못하는 그 손을
자신을 던져라
네가 쥐고 있던 그 돌을
던지지 못했던 그 손을
던지지 못하는 네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새 것을 쥘 수 없는데
너는 자꾸 쥐려고만 하는구나
한 단어
오늘을 붙들고 살아갈
한 단어가 내게 주어진다면
가련한 오늘을 지탱해 줄
한 단어와 내가 마주한다면
일용할 단어 속에 파묻혀
나는 반드시 시인이 되고 싶다
우리가 설명(說明)을
하는 이유
우리가 설명을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결코 기술(記述)할 수 없음에 있다
지각된 대상의 일면을 통하여
대상 전체를 설명할 수밖에 없음에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다시금 일반화시킬 수밖에 없음에 있다
우리가 설명을 하는 이유는
‘할 수 없음’에 있다
‘할 수 없음’을
‘할 수밖에 없음’에 있다
영화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있다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있다
영화 속에 비친 네 모습을 보고 있다
널 보고 있지만, 널 보고 있지 않다
널 보지 않고 있지만, 널 보고 있다
너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널 보러 온 것일까
덧없는 사랑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나라면
너는 나를 좋아해주었을까
그 때의 네가 지금의 너라면
나는 너를 좋아해주었을까
그 때의 네가 지금의 나라면
너는 너를 좋아해주었을까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너라면
나는 나를 좋아해주었을까
아,
사랑은 덧없는 것.
희망
소망 없는 이 세상에도
실낱같은 희망은 존재한다
‘그’의 의지는 계승된다
누군가의 세계관으로
누군가의 가치관으로
누군가의 사고방식으로
녹아든다
캄캄하다. 그리고 적막이 흐른다. 도시의 시끄러움이 기타 줄을 뮤트하듯 음소거가 된다. 침대 매트리스 출렁이는 소리. 그리고 신음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게 들리는 서로의 숨소리가 공허한 어둠을 조용히 채워나간다. 무표정하게 서로를 빨고, 희미한 신음을 서로의 입술로 봉하고, 살짝 서로의 살을 깨물며 섹스를 한다. 가슴을 만지고, 서로를 포개던 입술을 다시금 젖꼭지로 향하고, 무표정한 여자의 입에서 탄성과 같은 신음이 미세하게 새어나오고...
말없이 서로의 몸을 애무하고, 서로를 만지고, 그렇게 섹스를 계속 해나간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시우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지더니 이내 자신의 자지를 하윤의 보지에서 빼낸다. 시우는 살짝 작아진 자신의 자지에 씌워진 콘돔을 벗기고는 이내 능숙하게 묶는다. 손을 잠시 화장실에서 닦고 온 시우는 하윤의 몸을 더듬으며 여기저기를 핥고, 빨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하윤이 자신을 만지는 시우의 손을 잡는다.
“오늘은 이정도면 됐어."
차갑게 말한 하윤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타박타박 화장실로 걸어갔다. 먼저 씻는다는 말도 없이 그렇게 하윤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궜다. 이내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시우는 혼자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이내 침대에 몸을 일으켜 앉고, 옆에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내다보았다. 가로등 불이 특유의 누런빛을 내며 차도를 밝히고 있었고, 꽤 늦은 시간임에도 차들이 차도를 내달리고 있었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들 피곤해보이네”
시우가 혼자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 말이 새어나왔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오듯, 그렇게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은 캄캄했다. 그리고 무심코 창문에 희미하게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사정 후 한풀 가라앉은 자신의 자지가 눈에 들어왔다.
“피곤한 게 남 얘기만은 아니었구나.”
이상한 공허함이 자신을 감싸는 기분이었다. 풍선처럼 채워나간 욕구가 어느새 공허함으로 다가왔다. 풍선이 터지고 싸늘하게 남은 풍선의 잔해처럼, 채우면 채울수록 어느새 공허함이 자신을 감싸는 기분이었다. 시우는 자신이 방금까지 하윤과 섹스를 나눈 방을 한번 둘러보았다. 꺼져 있는 방은 휑했다. 그 무엇도 채워져 있지 않은 기분이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열기로 몸이 더웠고, 방도 어느 정도 온도가 올라갔다 생각했지만 틀어놓은 에어컨 때문인지 그 열기마자 사라진지 오래이다. 싸늘했고, 공허했다. 자꾸 무엇인가를 채우려 노력했지만 무언가 계속 빈 느낌이었다. 정적을 깨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안개처럼 새어나오는 수증기와 함께 하윤이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 나왔다.
“난 다 씻었어. 너 씻어.”
하윤은 시우에게 말했지만, 시우는 들은 둥 마는 둥 하며 그저 침대에 걸터앉았다. 하윤은 입을 비죽대며 시우의 옆에 앉았다.
“적어도 들은 시늉은 해주지 그래. 나 그래도 니 섹파 아니고 여친인데.”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렸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하윤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온 몸을 두른 대형수건을 손가락으로 살짝 내리고, 튀어나온 젖가슴을 쳐다보았다. 흥분이 이내 가라앉은 건지, 아니면 따뜻한 물로 샤워해서 살짝 쳐진 건진 알 수 없었지만 섹스하기 전처럼 유두가 서있지는 않은 듯 했다.
“너도 피곤한거니?”
자신의 대형수건을 내릴 때만 해도 살짝 올라가던 하윤의 입꼬리가 다시 평평하게 되었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내 가슴에 대고 하는 말이야 아니면 나한테 하는 말이야?”
시우는 고개를 들어 하윤을 바라보았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의 하윤이 시우를 쳐다보았고, 이내 하윤은 시우를 살짝 밀고는 다시 수건을 올렸다. 그리고는 침대 끝으로 몸을 옮겨 침대 머리맡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씻고 들어가. 너 말대로 나 오늘 좀 피곤해지려 하니깐.”
가만히 앉아있던 시우는 이내 씻지도 않고 옷을 입고는 집을 나왔다. 지독한 권태기였다. 처음 말을 걸 때, 밤늦도록 서로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공간에서 설렐 때, 첫 데이트, 처음 손을 잡을 때 떨림, 첫 키스 때의 서투름, 그리고 첫 섹스 때의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의 긴장감도 없어졌다. 어쩌면 사랑은 섹스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욕망 때문에 만나고, 욕망이 극대화 되는 시점부터 서서히 사그라들어간다. 사그라드는 속도는 항상 내 생각보다 빠르다. 어느 순간 그 당시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 있는 기분이다.
“너는 걱정도 안돼?”
시우와 하윤이 카페 창가에 앉아있다. 인디안 섬머. 가을이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초 가을에 한동안 여름날씨가 지속되는 날씨. 인디안들은 이것을 신의 선물이라 생각하여 이 시기에 겨울동안 먹을 사냥감을 사냥하는 데에 열을 올렸던 시기이다. 기회의 계절인 것이다. 카페에서 시원한 에어컨에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켜놓고 마시고 있는 둘은 여름의 불쾌지수를 알리듯 서로 열을 내고 있는 중이였다.
“너 지금 전공으로 취업 힘든 거 알잖아. 게다가 대학 네임벨류도 그렇게 좋지 않고. 그런데 복수전공이나 전과 생각이 없다고? 미친 거 아니야? 나중에 뭐하려고?”
“국문학과가 그렇게 취업이 안돼진 않아. 어떻게든 살겠지. 그러면 국문과 졸업한 사람들 다 굶어 죽었게?”
“하. 그래 넌 그러면 나중에 뭐 할 건데?”
“나 드라마작가나 라디오작가 쪽으로 나갈 건데?”
“뭐? 그렇게 비전 없는 직업으로 나가서 뭘 어쩔 건데?”
“내가 그걸 하고 싶어서 한다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돼? 난 애초에 그런 거 할 생각으로 국문학과 왔어.”
“언제까지 그렇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래. 난 뭐 경영학 하고 싶어서 전공하는 줄 알아? 먹고 살려고 이러는 거잖아. 너도 좀 현실하고 타협하면 안돼?”
서로 그렇게 열을 냈다. 하윤은 시우를 노려보았고, 시우는 말없이 아메리카노에 꽂힌 빨대를 한번 쭉 빨았다. 하 하고 하윤이 탄식 섞인 한숨을 쏟아내고는 본인도 아메리카노를 한잔 쭉 빨았다.
“너도 이제 뭘 하면서 살지 결정할 나이야. 언제까지 그렇게 비전도 없고 리스크만 큰 직업을 너 하고 싶다고 하고 다닐래? 막말로 글은 너 취미생활로 써도 되는 거잖아. 안정성 있는 직업을 택해야지. 너도 어른이잖아.”
“네가 생각하는 어른이라는 게 그런 거니? 현실하고 타협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포기하고 그렇게 사는 거?”
“어. 좀 더 안전하게 사는 거. 내가 하고 싶은 것 보단 해야 하는 걸 하면서 사는 거.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성공하는 거.”
“네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게 뭔데?”
“자본주의에 완벽한 인간상으로 살아가는 거! 그것만 중요하지. 무언가를 포기하더라도 성공하는 거.”
하윤은 다시 손부채질을 하면서 아메리카노를 한잔 더 마셨다. 그리고 이내 목소리를 수그려트렷다.
“그래. 나도 너 글 쓰고 그런 게 멋있어서 너랑 사귄 거 맞아. 너 글 잘써. 근데 너만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너만 글 쓰고 싶었던 것도 아니야. 나도 국문학 전공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난 경영학을 전공하는 이유는 딱 하나야. 먹고살려고. 안정적으로 먹고살려고. 그래서 난 지금 잘 취업 했잖아. 어떻게 보면 너 3학년이면 지금 복수전공이든 전과든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지금까지 하고 싶은 공부 했으면 이젠 해야 하는 공부 해야지. 다시 한 번만 생각해줘라 정말로.”
그리고 하윤은 핸드백을 들고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헤어지고 다음에 보자. 이 한마디를 하고는 혼자 구두소리를 내며 나갔다. 시우는 말없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더 입에 머금고 삼켰다. 그리고는 하윤이 남기고 간 커피도 자기 컵에 붓고 다시 한 모금을 삼켰다. 평소에도 먹은 아메리카노지만 오늘따라 더 쓴 느낌이었다. 사실 본인도 취업하기 힘든 것을 알고 있었다. 자본주의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하윤의 말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한 만큼 가져간다는 그 정의에 부합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것 보단 해야 하는 것을 하고, 남들보다 많이 하고, 더 열심히 해서 내 것을 안정적으로 쟁취하는 게 옳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근데 마음 속에 있는 묘한 이질감이 자신을 묶는 느낌이었다.
그런 대화를 하고 1년이 지났다. 점점 권태기가 되었다. 서로 대화하면 싸움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 대화를 자발적으로 차단해나갔다. 서로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고, 메신저로도 서로 형식적인 대화만 오가며, 데이트할 때는 서로 무언가 활동을 하려고 했다. 자꾸 서로 대화하며 알아가려 할수록 알 수 없는 차이가 서로 갈라놓는 기분이었다.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은 섹스뿐이었다. 서로 어딜 나가지고 않고, 아예 하윤의 집에서 만나서 영화를 보고, 말없이 밥을 먹고, 섹스하고. 이것의 반복이었다. 서로의 사랑을 채우고 확인하려 할수록 서로 점점 더 외로워지고, 공허해지는 마음뿐이었다. 시우는 이내 번화가를 지났다. 번화가에 사람들이 많았고, 서로 웃고 떠들며 본인들의 들뜬 기분을 서슴없이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비가 내렸다. 한 두 방울씩 예고하듯이 떨어지던 비는 이내 쏟아지기 시작하며 장마임을 여과 없이 들어냈다. 장마인 듯 했다. 그러자 이내 번화가에 있던 사람들이 비를 피해 여기저기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많던, 사람들과 목소리로 가득 찼던 번화가는 어느새 텅 비고, 시우만이 그 비를 맞고 가만히 서 있었다.
“...여기도 이제 텅 비었네.”
자꾸만 채우려 해도 텅 비는 이 곳. 바로 서울, 그것도 서울의 한 번화가였다. 시우는 그 공허함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남겨져 비를 맞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을 떠나야겠다.”
이 말을 하고는 시우는 다시 발걸음을 타박타박 옮기기 시작했다.
시우는 아무 생각 없이 짐을 싸고 무작정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그리고 터미널에 들어갔을 때 바로 있는 버스 탑승장을 봤다. ‘25 원주’ 라고 써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버스 표를 운 좋게 사고, 바로 그 버스를 타고 갔다. 다소 허름해보이는 원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바로 아무 버스나 잡고 이동했다.
공허한 생각 때문인지 여행에 있어서 어딘가를 막 가야겠다 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몸이 가는대로 갔다. 그렇게 어느 한 허름한 마을에 들어갔다. 버스는 시골길을 따라 들어갔고, 그 버스의 종점은 ‘용암2리마을회관’이라고 써져 있는 허름한 건물 앞이었다.
“아니 왜 아직 여기까지 계세요?”
버스 기사가 놀라서 시우에게 물었다. 보통 이런 종점까지 사람이 오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시우가 앉아있는 것에 놀랐던 것이다.
“그냥 여행 중 입니다.”
“아니 이런 시골에 뭘 볼게 있다고...묶을 곳은 있어요?”
시우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 대책 없는 사람이구먼. 버스기사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일단 마을회관에 들어가서 하룻밤 묶을 수 있냐고 물어 보슈. 뭐 시골인심이 그렇게 각박하지 않기를 바라야지 원.”
그렇게 말하고는 버스에서 나와서 담배를 폈다. 시우는 말없이 창밖을 보았다. 눈앞에 밭밖에 없었다. 정말로 뭐 하나 볼 것 없는 낡은 시골마을이었다. 시우는 버스에서 내리고 마을회관에 들어섰다.
“계십니까?”
미닫이문이 옆으로 열리더니 늙은 남자 하나가 나왔다.
“무슨 일이슈. 보아하니 우리 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은디.”
“지금 여행 중입니다. 실례지만 하룻밤 신세 좀 져도 되겠습니까?”
늙은 남자는 껄껄껄 웃었다. 이거 대책 없는 젊은이구먼. 그러고는 시우를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젊은 양반이 우리 마을에 있는 것도 참 간만이구려. 그냥 우리집에서 하룻밤 묶고 내일 내려가슈”라고 하며 시우를 데리고 자기 집 대문 앞에 갔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대문이 열렸고 늙은 남자는 시우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들어가니 거실에 브라운관 텔레비전 하나와 방이 몇 개 있는 허름한 시골집이었다. 늙은 남자는 시우에게 방 하나를 내어주었다.
“여기서 하룻밤 자면 될 거요. 뭐 돈은 따로 안 받을 테니 이따가 저녁 먹고 나랑 술이나 한잔하자고. 나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젊은이한테 좀 들어야겠구먼 허허.”
그러고는 좀 짐 풀고 쉬라고 하면서 방을 나섰다. 시우는 짐을 놓고 바닥에 그냥 누었다. 불을 켜면 몇 번 깜빡이다 켜지는 전등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살짝 아이보리 빛이 도는 누런 벽지가 붙어있는 천장이 보였다. 위태로워 보였다. 억지로 불을 내는 전등처럼, 썩어가는 것을 최대한 버티는 것처럼 보이는 벽지가 그렇게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젊은이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거요?”
늙은 남자는 술잔을 보면서 시우에게 이야기했다. 이미 자기 입으로 소주를 털어 넣어서 빈 잔이었다.
“그냥 몸 가는 대로 여행하자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 산 중턱 마을까지? 이거 참 우연이라 해야 할지......”
늙은 남자는 소주병을 들어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려 했다. 제가 따라 드릴게요. 시우는 늙은 남자에게 소주병을 받아들고 잔을 채워줬다.
“여행은 왜 하게 된 거요?”
“그냥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꽉 막힌 도시보단 시골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늙은 남자는 웃으며 건배를 하자고 권했다. 서로 잔을 살짝 부딪치고 노인은 자신의 입에 소주를 털어 넣었다. 시우가 잔을 반 잔 정도만 비우고 내려놓았다. 자네 주도를 이상하게 배웠구먼. 어딜 건배까지 하고 잔을 반만 비우나? 늙은 노인이 핀잔을 주자 그제서야 시우도 잔을 다 비웠다.
“나한테 말하기 싫은 고민인가 보구먼. 이런저런 일이라고 말을 돌리는 걸 보니깐. 젊은이 직업이 뭐지?”
“지금 대학생입니다.”
“자넨 학고에서 뭘 배우는데?”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국문학이면 뭐... 시 쓰고 소설 쓰는 거 배우는 데여?”
“예 뭐...그렇습니다 대충은.”
“한국말 배우는 양반이면 말이 좀 통하겠구먼. 자넨 우리 동네 와보니 어때. 좀 생각이 정리되는가?”
“뭐...그냥 저냥...”
생각이 된다면 거짓말이겠지. 노인은 시우의 말을 끊으며 말없이 자신의 빈 소주잔을 들었다. 시우는 그 소주잔에 다시 소주를 채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마시는 것 보단 같이 마시는 게 더 좋구먼. 누가 따라줄 사람도 있고. 그리고 다시 자신의 입에 소주를 털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마을에서 젊은이가 타고 온 버스 타고 쭉 나가다보면 학교 하나가 있는 큰 길이 나올거야. 거기서 좀 가다가 무수막삼거리 라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우리 마을하고 비슷한 무수막마을이라는 곳이 나와. 거기가 왜 무수막마을인줄 아나?”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그 동네 파보면 시체가 엄청 나와. 근데 모든 시체가 머리가 없어. 한국전쟁 때 뒤진 놈들인데 그땐 총알이 귀해서 포로 죽일 때 다 목 잘라 죽였거든. 대가리 없는 시체가 하도 많이 나왔다 해서 이름이 무수막마을이야. 근데 이 마을이 골 때리는 게, 비오는 날이면 귀신이 나오거든. 그것도 머리 없는 귀신이. 지들 대가리 찾으려고...혹시 비에 쓸려 내려 왔을 까봐.”
이제 알겠어? 학생이 살다 온 도시랑 여기랑 다를 바 없다는 게? 이번엔 늙은 남자는 자기가 직접 자신의 소주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리고 시우의 잔에도 술을 채워줬다. 글쎄요. 시우는 두 손으로 잔을 받히고 술을 받으며 말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노인이 굳은 표정으로 시우를 보더니 소주병을 쾅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 그렇게 얘기해줬는데도 몰라? 술기운으로 붉어진 얼굴이 오히려 더 화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시우는 영문을 모르고 우물쭈물해댔다.
“이런 답답한 놈을 봤나. 한국말 배운다는 놈이 이것도 못 알아먹어? 이런 얼간이를 봤나.”
그러고는 소주잔을 비우고 또 다시 소주잔을 쾅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병신새끼. 네가 이러니깐 여길 기어들어왔겠지. 잘 들어. 귀신이 왜 무서운 건지 알아? 걔네는 생각을 안 해. 그냥 지네 욕심 채우면서 사는 놈들이거든. 그 새끼들은 짐승들이랑 다를 바가 없어. 배고프면 처먹고 졸리면 쳐 자고 그렇게 사는 짐승들이랑 뭐가 달라? 그 대가리 없는 귀신 놈들이 왜 지네 대가리 찾아 헤매게? 대가리 없으니깐 대가리 찾고 싶어서야. 병신들. 지네 대가리 이미 썩어 문드러졌는데 뭘 어떻게 찾아.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생각을 해야지 그거 찾겠다고 비오는 날만 되면 미친년마냥 온 동네를 쑤시고 다녀. 병신 같은 새끼들...적어도 지네가 왜 찾는지 이유정도는 있어야 그려려니 하던가 하지. 내가 그놈들 꼴 보기 싫어서 굿판 벌이자니깐 괜히 돈쓰지 말란다. 어휴”
그렇게 늙은 노인은 말을 쏟아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토해냈다. 이 노인한테 이런 힘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힘 있게, 화를 내며 말을 뱉어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게 깔며 읊조리듯 이야기했다.
“도시 놈들도 똑같아. 다 귀신이야. 짐승하고 다를 바가 없어. 생각을 안 하고 자꾸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 노력하고...그냥 자기 욕구만 채우려들 하고...텅 빈 것 같겠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가 않겠지. 그러니 더 채우려 노력하고...욕심만 많아지고...더 많이 더 잘 먹으려 하고, 자려고 하고, 또 발정난 놈들처럼 성관계나 가지려 하고...생각이 비었는데 지네 욕구 채우면 뭐하나...생각은 계속 비어있는데.”
귀신의 나라야...도시는...늙은 남자가 이 말을 뒤로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 술상은 그대로 두고 들어가 주무슈. 나도 이만 자야겠구먼. 그렇게 말하고 늙은 남자는 뒷짐을 지고 들어갔다. 시우는 한 동안 앉아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술잔을 봤다. 소주가 약간 남아있었다. 시우는 그 소주잔을 들어 남아있는 소주를 땅바닥에 뿌려버렸다. 그리고 자기 잔에 소주를 따라 마시고, 또 따라 마시고, 그렇게 한 병을 모조리 비우고서야 방에 들어갔다.
글을 쓰다. 글을 지우다. 좀 더 명확한 표현을 쓰다. 의미 없는 표현을 최소화한다. 불필요한 표현을 지운다. 시우가 서울에 돌아와서 지금까지 한 일이다. 방에서 혼자 틀어박혀서 한 달 동안 방에서 미친 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컴퓨터 한글 파일에 저장을 누르고 지금까지 쓴 글을 출력했다. 그것을 책상에 탁 놓은 후 시우는 책상에 걸터앉았다.
“됐다. 다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방을 쓱 둘러보았다, 책을 쓰기 위해 붙여놓은 여러 포스트잇이 어지럽게 붙어있었다.
“이제야 좀 차있네.”
컴퓨터를 끄고 이번엔 종이와 연필을 들고 쓱쓱 써내려갔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고 나서 연필을 탁 내려놓더니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윤은 정신이 없었다. 한 달 동안 연락이 안돼던 시우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장례식장에서 하윤은 상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느라 슬퍼할 정신도 없이 지냈다. 시우의 장례식이 끝나고 하윤은 짐을 정리하러 시우의 방에 갔다.
“어휴..얜 정리 좀 하지...”
집이 완전히 어질러져 있었다. 옷이며 이불이며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었고 바닥엔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벽에는 포스트잇과 사진들이 빼곡이 채우고 있었다. 유일하게 어질러지지 않은 곳은 책상이었다. 잘 정리된 책상에는 종이 한 장과 원고로 보이는 종이 한 무더기가 두 개로 나뉘어져 올려져 있었다. 하윤은 한 장짜리 종이를 올려다보았다. 시우의 손글씨였다.
하윤아
아직도 나는 기억이 난다. 같은 교양수업에서 너와 같은 조가 되었을 때, 서로 조별과제 핑계로 불러내서 열심히 떠들기만 하고 정작 조별과제는 하나도 하지 않았을 때, 내가 너한테 고백했을 때, 수업 없는 공강 때나 수업 끝나고 너와 손잡고 캠퍼스 돌아다녔을 때, 첫 방학 같이 여행 갔을 때, 첫날 밤 서로 부끄럽고, 서로 서툴게 보낸 때. 우리 백일 날. 나 제대하고 나서 너에게 꽃신 신겨줬을 때.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사랑했었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생각하지 않았어. 서로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 자신들조차 생각하지 않고. 서로에게 사랑받기만을 원했다고 생각해. 자기 스스로는 사랑할 줄 모르면서 서로에게 사랑만을 갈구했고, 정작 밖에서는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만 매진하며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었지.
이 사회는 귀신의 나라야. 서로의 욕망과 욕망이 만나 극대화된 이곳.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야.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 가로등은 어쩌면 욕망이 극대화된 것이겠지. 가로등불빛은 어느새 부터 서울 하늘에 별빛을 지웠어.
나는 별이 우리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그리고 난 별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거야. 이곳 귀신의 나라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하지만 넌 정말 완벽한 귀신이야. 이게 내가 널 떠나는 이유란다. 내 선택을 존중해주길 바랄게.
하윤은 무너지듯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뭐에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야 이 개새끼야.......날 이런 데에 두고 가면 어떻게 해....나 어떻게 해...”
하윤은 중얼거렸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고요하게 메아리쳤다. 이 방은 하윤을 공허하게 했다.
< 소진이 이야기 1 >
“후우...”
고삼으로써 첫 등교다. 그리고 내 언니의 시간이 멈춘 시점이기도 하다. 미성년자라는 울타리 안에 책임이 면제되는 마지막 해, 그 시기에 학생이라는 본분이 시작되는 날. 학생이라는 직업의 역할은 공부이고, 그 공부의 시각화가 되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메아리처럼 귀에서 부모님 잔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뭐? 음악? 꿈도 꾸지 마라. 딴따라 한다고 깝죽거리다가 굶어 뒤지라고 내가 내 피 같은 돈 너한테 투자한줄 아니?’
‘제발 철 좀 들어라. 언제쯤 철들래? 현실적으로 생각을 좀 해라.’
‘너도 너 언니처럼 자살하려고?’
서글픈 말들이 내 마음 속을 후비는 기분이다. 마음도 단련된다고 했던가?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의 그러한 말들에도 얼굴표정을 숨길 수 있었다. 속이 썩더라도 얼굴 표정은 밝게 웃을 수 있었다. 화장기술이 늘면서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이 느는 것 같았다.
아파트를 나서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펴고 다시 길을 걸었다. 찰박, 찰박.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발로 물웅덩이를 밟는 그 기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신발에 양말까지 신고 있어도 그 느낌만은 선명하게 내 발에 전해졌다. 아무리 얼굴 표정을 항상 밝게 하고, 웃는 낯으로 부모님을 대해서 부모가 나에게 던지는 그런 말들이 내 마음 속에서 파장을 만들어내듯, 아무리 다른 기쁜 기억들로 생각들을 덮어도 이미 마음속은 파도처럼 크게 일렁이고 있듯이.
어느새 내 양말은 신발사이로 스며든 물로 점점 젖어들고 있었고 그 기분은 나를 한껏 울적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오늘따라 언니가 너무 생각났다. 날씨처럼 한껏 울고 싶었다. 마음껏 비를 뿌리고 나면 다시 해가 나오는 소나기처럼 그렇게 한껏 울고 싶었지만 너무 화장을 두껍게 한 이유에서인지 얼굴이 잘 찡그려지지도, 울음이 나오지도 않았다. 어쩌면 나는 화장을 알기 전부터 화장을 하고 있었나보다. 감정을 숨기고 항상 웃는 낯으로만 사는 게 버릇이 되었다. 썩어 들어가는 속을 덮기 위해 스스로를 그려내며 사는 것이 더더욱 짙어졌다. 내 인생은 그렇게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언니가 더더욱 생각나는 날이다.
< 선아 이야기 1 >
새 학기의 시작이고 내가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날이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비가 오는 것이 꽤나 꿀꿀한 한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실 우리 학생들이 고삼인 것을 감안하면 우울한 시작이 그다지 이상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힐을 신어서인지 물이 양말까지 적실 정도로 들어오진 않았다. 꽤나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출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비가 와서 분위기가 만들어주는 이유모를 불안감과 뽀송함 그 두 모순된 감정으로 교무실로 들어서서는 이유모를 불안감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김 선생님”
한 선생님이 내가 교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내 옆에 의자를 끌고와 앉았다.
“이번에 고삼 학년 담임 맡으셨다면서요?”
“네 뭐...이번년도는 상담이네 뭐네 하면서 나름 피곤하겠네요.”
“뭐 우리학교 알잖아요. 젊은 선생들 고삼학년에 담임으로 넣어서 피곤한 일 다 시키고 짬 찬 선생님들 탱자탱자 놀다가 애들 입결 확 떨어지면 그제서야 나이 있으신 선생님들 강제로 고삼학년에 배정 시키는 거.”
“유 선생님도 이번에 고삼반이에요?”
“네. 심지어 이과반이에요. 난 문과여서 나 대학 갈 때도 이과 입결은 관심도 없었는데...다시 공부하게 생겼어요.”
“전 문과반인데...그래도 유 선생님이랑 중간고사 기말고사 준비할 때 서로 얘기할 일 많겠네요 이번년도는. 유 선생님도 나도 국어과목이니깐.”
“그래도 다행이에요. 타 선생님들이랑 시험문제 상의할 때는 전 다른 선생님 의견에만 끌려 다녀야 되니깐. 하여튼 간 이놈의 관료제 때매 무능한 선생님들은 안 잘리고 정년 때 까지 해먹으니...”
“유 선생님! 말조심하셔야죠. 여기 교무실이에요.”
“아...미안해요. 제가 항상 요놈의 입이 문제라니깐...”
“저한테 죄송할 건 없죠. 사실 저도 유 선생님 의견에 동의해요.”
“호호. 역시 이래서 전 김 선생님이 좋아요. 아 맞다. 근데 선생님 이번 년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뭐가...”
“김 선생님 반에 그 아이 있잖아요. 그 소연이 동생.”
“아....소진이...”
기분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난 한 자매 둘 다의 담임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 학교에 선생으로 부임하고 나서 처음 담임했을 때 맡았던 학생은 바로 소연이었다. 그리고 소연이는 하늘의 별이 되었고, 나에겐 트라우마로 남았다.
“솔직히 김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기엔 좀 뭐하지만 소진이 요즘 선생님들 사이에서 말이 별로 안 좋아요. 언니일도 있고 해서 학교에서는 애가 뭘 하던 방관하는 편이긴 하지만, 걔 화장하는 거 때매 분위기가 좋지가 않아요. 다른 학생들 화장은 단속하면서 그 아이는 방관하니깐 애들 사이에서도 선생님들이 편애 하네 뒷돈을 받았네 하면서 말이 도는 편이기도 하고...김 선생님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래도 그 아이한테 한 번 이야기는 해야 될 것 같아요.”
“...따로 불러서 상담 한 번 해볼게요. 적어도 그 아이만큼은......내가 데리고 가야죠.”
적어도 그 아이만큼은 방관할 수 없다. 적어도...그 아이를 위해서라도...그리고...나를 위해서라도. 창문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그날의 나를 질책하는 것처럼 들렸다. 때맞춰 종소리가 들리고 나는 출석부를 들고 내 반으로 올라갔다.
“공식적으로 오늘부터 너희의 담임이 된 김선아 라고 한다. 모두 반갑고, 이번 한 해 힘들 거야. 시간도 더디게 흐를 거고. 아마 너희한테 많은 유혹들이 기다리고 있는 한 해가 되겠지. 멋있게 그 모든 유혹들을 이겨내고 너희의 노력과 고생이 후회 없는 보상으로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길 항상 바라는 그런 담임이 될게. 또한 너희의 힘든 한 해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도록 노력해보마. 모두 반갑다.”
출석과 함께 아침 조회는 형식적인 말로 시작했다. 그냥 듣기 거북함 없이 내 진심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을법한 말을 하고 시작된 조회. 그저 그런 평범한 조회였다.
“자 다들 1교시 준비하고, 박소진, 너는 잠깐 교무실로 내려와. 나 좀 보자.”
사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누군가는 해야 될 말을 하는 것. 그리고 내 진심을 얘기하기 위한 독대. 어쩌면 다른 아이들 눈에는 편애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었다.
< 선아의 상담 1 >
‘드르륵’
교무실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소진이 머뭇거리면서 교무실로 들어온다. 조심스럽게 걸어서 선아의 자리로 와 선아에게 말을 건다.
“저...선생님. 저 부르셨죠.”
“어 그래. 의자 저기에 있으니깐 가지고 와서 앉으렴.”
소진은 접이식 의자를 끌어와 펴 앉았고 선아는 자신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소진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학생신분으로 하긴 꽤나 진한 화장이었다.
“요즘은 뭐하고 지내니? 고삼 되었는데 나름 괜찮은 거 같아?”
“뭐...그냥 그런 거 같아요.”
“그래. 뭐 고삼 애들 힘든 거야 다들 비슷하겠지. 아무튼 내가 널 여기 부른 이유는, 너 화장 때문에 불렀어. 확실히 네가 지금 하고 온 화장도 학생신분에서 할 만한 화장은 아니잖니. 너는 언니일도 있고 해서 그냥 냅뒀지만 지금 다른학생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고, 아무래도 너랑 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불렀어.”
소진이 눈에 띄게 움찔 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아까처럼 무표정한 표정으로 되돌아오는데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래서 화장을 좀 연하게 하고 오거나 아니면 안 하고 왔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인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도부장 선생님이랑 상담에서 충분히 얘기했는데요?”
“그래 들었다. 재밌는 얘길 했던데? 학교에서는 복장이랑 머리길이 제한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통제하고 여길 오길 바라면서 화장은 오히려 규제한다는 건 모순이라고?”
“네. 그렇잖아요. 사실 불편한 교복치마며 너무 길어서도 너무 짧아서도 안돼는 머리길이며 어떻게 보면 자신의 외관을 꾸미고 오길 바라잖아요. 그러면서 화장은 안된다는게 모순인 것 같아서요. 만약 제가 화장을 하고 오는 걸 문제 삼아 저한테 처벌을 가하시겠다면 전 전적으로 처벌에 응하지 않겠다고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부모님과의 상담도 진행했었고 화장 일은 이미 2년 전에 해결된 문제가 아닌가요?”
“그때 해결 됐다고 하기엔 아직까지 불만이 터져 나와서 하는 말이지. 그리고 학교에서 너한테 외모에 관련되어 용모를 꾸미길 강요하면서 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규제를 가한다는 게 모순이라고 했지?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학교가 너희의 용모에 대해 교칙으로 규정을 해놓고 그것을 지키게 하는 건 너희에게 최소한 자신을 꾸미라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학생 신분으로써 학교에서 기대하고 있는 너희의 용모이고, 넌 그것을 지키면서 동시에 어기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생각해. 분명 학교의 입장에서 널 봤을 때 모순인 건 학교가 아니라 너인 거지.”
소진이는 손톱을 뜯고 있었다. 피가 흐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탁탁 소리가 나도록 손톱을 뜯고 있었다. 선아는 소진의 손톱을 보고 휴지를 하나 뽑아서 소진에게 주었다. 닦으렴. 너 손톱에 피난다. 그리고 선아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물론 난 지금 너랑 이런 얘기 한다고 네가 내일부터 화장을 하지 않고 등교할거란 기대는 하진 않아. 하지만 적어도 내가 너를 설득할 기회라도 주지 않을래?”
“싫은데요. 제가 왜 선생님이 나를 설득할거라는 허황된 꿈에 장단 맞춰 드려야 되죠? 게다가 선생님은 제....”
“그래. 네 언니가 네 나이 때 내 학생으로 있었지. 그리고 그 아이는 지금 세상 사람이 아니긴 하지. 내가 그 아이 담임으로 있었을 때 일어난 일인 만큼 너한테 느끼는 죄책감도 적진 않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너랑 대화를 해야겠다. 내가 아는 네 언니의 이야기, 그리고 네 언니의 죽음으로 몰고 갔던 나의 이야기.”
선아는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그리고 소진의 말을 끊고 진심이 나왔다. 선아는 소진이 화장을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 선아의 상담 2 >
이름 모를 팝송이랑 시끄러운 분위기의 한 카페 안으로 선아와 소진이 들어왔다. 뭐 먹을래? 전 아메리카노요. 내가 네 나이 땐 달짝지근한 걸 좋아했던 거 같은데. 카페인을 충전해야 오늘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 뭐 네 마음대로 하렴. 여기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개 주세요.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한 후 말없이 음료를 기다리다가 음료 두 개를 받아들고 둘은 창가 쪽 나름 한산한 자리에 앉았다. 비록 사람은 주변에 없긴 했지만 여기저기에서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소리 음악 등이 날카롭게 귀에 꽂히는 기분이 드는 둘이었다.
“오늘은 첫 상담이지?”
“네.”
“저번에 교무실에서 나랑 대화 안 할 것처럼 굴더니 오늘 어떻게 나왔구나.”
“언니에 대한 이야기 해주신다고 하셔서요.”
“흠...언니랑 되게 각별했나보네?”
“저랑 언니관계를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뭐...나도 들을 생각은 없어. 걔가 하는 행동을 보면 어떻게 널 대했을지 상상이 되거든.”
선아는 말없이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쌉싸름한 아메리카노 특유의 맛과 살짝 탄 듯한 맛이 섞여서 입 안에서 퍼져나갔다. 이집은 로스팅이 영 별로네.
“앞으로 상담은 이 카페에서 진행하려고 해. 학교입장에서 예민한 이야기인 만큼 학교 관계자들이 들어서 좋을 건 없어보여서. 상관없지?”
“네...뭐..”
“그래 그러면 첫 번째 상담을 시작하자”
< 선아 이야기 2 >
‘쨍그랑’
무엇인가 깨질만한 걸 아빠가 집어 던졌을 것이다. 웬만하면 좀 깨지지 않을 물건 좀 집어던지지...이제 물건 집어던지면 놀란다는 기분보다는 파손된 기물이 아깝다. 아마 아빠는 술을 자시고 들어왔을 거였다.
“뭐? 내가 내 집에서 노래도 못 틀어? 내가 왜 그렇게 살아야 돼?”
“여보 지금 밤 12시에요. 무슨 노래를 틀고 춤을 추자 해요. 게다가 내일 가게도 나가셔야죠.”
“나 내일 출근 안 해. 내가 내 가게 안 열겠다는데 뭐. 나 오늘 춤추고 놀 거야.”
“아휴...알겠어요. 그러면 딱 30분 만이에요.”
시끄러운 트로트 소리가 방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들어온 노래가 어느새 내 귓가에 와서는 날카롭게 귀를 찌른다. 누구보다 착한 아빠이다. 학교에서 늦게 끝나는 날에 정류장까지 데리러 나와 주기도 하는 자상한 아빠이다. 그놈의 술만 없으면. 술이 들어간 날에는 집안에서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저렇게 전축으로 트로트를 틀어 놓고 크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또 엄마를 때리기도 한다. 오늘 엄마는 아빠한테 맞지 않았다. 최악은 아닌 날인 것 같았다. 귀마개를 끼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끼익’
우리 딸 공부하니? 귀마개가 모든 소리를 막아주진 못했다. 귀마개 사이로 새어 들어온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찔러냈다. 네. 무슨 일이에요? 아냐. 그냥 공부해. 힘없는 저 목소리에서 나오는 저 말은 분명 사실이 아닐 것이다. 다시 눈을 문제집으로 향했을 때 엄마의 팔이 내 목을 뒤에서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의 손은 거북이 등 마냥 쩍쩍 갈라져있었다.
“딸...딸은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엄마처럼 살면 안돼...알겠지?”
“아 알았어. 이제 그만 나가봐. 아빠 전축소리 들려오잖아.”
어..그래 알았다. 팔이 목에서 풀리는 느낌이 나면서 발걸음 소리 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엄마가 열다섯에 나를 낳았을 때 우리 외할머니는 엄마를 데려가려했다. 알콜중독자에 주사가 심한 사위를 사위로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친정에서 다시 돌아왔다. 내가 눈에 밟혀서 그랬다고 한다. ‘넌 나중에 선생님 되렴.’ 초졸인 엄마는 항상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잘리지 않고 남 눈치 보지 않고 적당히 돈 받으면서 살면서 사람들의 존경까지 받는 선생님들이 엄마의 눈에는 대단해보였던 것 같다.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한을 속에 간직하고 산 엄마는 내가 오히려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길 바라셨다.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저주했다. 공부를 못 했던 한과 가방 끈 짧아서 사회에서 일 할 데도 없는 엄마는 아빠 가게에서 일을 도와드리면서 자신을 그리고 사회를 원망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 엄마의 인생은 엄마 스스로 판단했을 때 실패했었고, 엄마는 내가 자신과는 다른 길을 가길 원했다. 사람은 평생에 걸쳐 걸을 수 있는 길이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두 가지 밖에 없다. 나와 같은 길을 가라, 혹은 다른 길을 가거라.
그렇게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었다.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나와 서울의 한 사립학교에 취업했다. 그리고 딱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벌고 돈을 쓸 시간도 충분했다. 나는 나름 내 인생에 만족했고, 그런 어른이 된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 할 것을 항상 권고했다.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 머리에 지식이 많은 것 이 두 가지가 나는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했고, 아이들에게 나와 동일한 길을 갈 것을 항상 권유했다.
< 선아의 상담 2 >
“한 주 동안 잘 지냈니?”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다시 독대했다. 잘 지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서요. 걱정 마 나도 예의상 물어본 거야.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둘 다 말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저번 주와 달라 진 것은 앉은 위치 밖에 없었다. 소진이는 아직까지 선아를 노려봤고, 선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상담에 임했다.
“그래도 내 덕분에 야자도 빠지고 이렇게 땡땡이도 쳐보고...나쁜 점 만 있는 건 아니지?”
“네..뭐...그건 그렇네요.”
다시 말 없는 정적이 흘렀다. 시끄러운 주변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둘 사이에 흐르는 정적은 차갑게까지 느껴졌다. 그 누구라도 그 둘을 본다면 눈치를 살폈을 것이다.
“저번 상담때 나랑 이야기하고 혹시 느낀 거 있니?”
“선생님이 부모님 말 잘 듣는 모범생이였다는 거요.”
“그래. 정확하게 듣긴 했구나.”
“설마 지금 저한테 부모님 말 잘 들으렴 같은 뻔한 잔소리 하시려고 저 상담 부르신 거에요?”
“설마. 너도 그 말 살면서 수도 없이 들어 왔을 거고 나도 그런 말 하려고 널 부를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니란다.”
“원래 학교선생님들 다들 한가하시지 않아요?”
“웬만해선 한가하지. 그런데 난 예외.”
“왜요?”
“너희가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어제도 병수 술 먹다가 지구대 끌려가서 내가 가서 꺼내왔어.”
“아...그렇다면 어떻게 제가 저희 반을 대표해서 사과라도 드릴까요?”
“구지 그럴 필요가 있나? 네가 우리 반 애들 신경 쓸 정도로 한가한 건 아니잖니. 그리고 나 네 친구 아니라 선생님인데 제발 좀 예의 좀 지켜주지 않을래?”
선아의 얼굴에서 짜증이 번졌다.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어조가 변했다. 선아는 시각과 청각적으로 소진에게 본인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 있었지만 소진은 별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였다. 아 예 그럴게요. 건성으로 대답한 소진은 다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래도 선아의 눈을 피하진 않았다. 허. 짜증이 번져있는 상태로 선아는 헛웃음을 터트리고 커피 한잔을 입에 넣었다. 애들 뻔한 도발에 넘어가지 말자 속으로 계속 생각하면서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영 석연치 않았다.
< 선아 이야기 3 >
대학교 4년, 교생실습, 고시를 거치고 실습 점수와 면접을 통해 어렵게 들어온 학교에서 1년은 보조교사 격이었다. 다른 선생님들 수업 자료 대신 준비해주면서 자기 수업 준비하고,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당한 농담과 문화 활동 경험 그리고 내용이 알찬 수업까지 준비해야 했다. 누가 말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혹시 사업을 할 생각이라면 미성년자와 취객은 피하라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미성년자를 주 고객층으로 하는 이 직업은 녹록치만은 않았다. 가끔 미성년자 친구들이 술 마시고 인사불성 돼서 지구대 의자에서 자고 있을 땐 이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자신을 한탄하기도 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었다. 이 고객들의 요구는 따로따로에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나오기 싫은 학교 억지로 나와서 강제로 앉아있기 힘들겠거니 해도 학생들의 원망의 화살이 선생들을 향할 땐 그야말로 내가 이 고생 하려고 교사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무실로 찾아오는 학부모부터 교실에서 대놓고 선생님과 언성을 높이는 학생들까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학생들에게 권위적 이려고 하면 안돼.’
아이들의 난리에 지쳐있는 나에게 한 원로선생님께서 해주신 조언이다.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 옛날에는 선생님 아니면 아이들이 지식을 배울 길이 없었어. 따라서 선생님에게 복종해야했고 선생님의 권위가 지켜졌던 거야. 하지만 지금은 우리 아니라도 애들이 지식을 배울 방법은 많아. 더 이상 선생님은 권위적으로 나서면 안돼. 아이들을 이해해보려 해야지. 나를 생각해서 해주신 진심어린 조언이었지만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행동도 그냥 그려려니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늘었다.
이런 생각으로 힘들어 할 때쯤 1년이 지나갔고 바로 한 반에 담임을 맡았다. 첫 담임부터 고삼학생들이라서 여러모로 힘들겠지만 김 선생님 실습 점수도 훌륭하고 작년 선생님들 평점도 괜찮아서 믿고 맡기는 거 에요. 한번 잘 해봐요. 교감의 말이 한귀로 들어와 한 귀로 나갔다. 그냥 갑자기 고삼 담임 한분이 육아휴직으로 못하게 되서 나 땜빵이라고 하시지. 그리고 그런 고삼 반에서 난 소연이를 만났다.
“소연아 내가 널 왜 불렀을 거 같니?”
“음...제가 저희 반 에서 제일 예뻐서?”
흐음...술 마신거 같진 않은데...머리가 많이 아픈가? 힝 쌤 저 아파요. 조퇴시켜 주세요. 조퇴는 힘들고 자퇴는 시켜줄 수 있는데. 헐, 쌤 너무해요. 소연이는 참 밝은 아이였다. 어느 상황에서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분명 학부모 상담을 토대로 심각한 이야기 하려 부른 거였는데 오히려 이 아이는 내가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 같았다.
“오늘 네 부모님이 나한테 면담을 신청하셨어. 요즘 네 성적 떨어진 것 때문에 오셨더라.”
눈에 띄게 소연이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이가 예전부터 작가하고 싶다고 난리쳤는데 저희는 무조건 반대에요. 먹고살기 힘든 걸 왜 구지 하겠다고. 게다가 공부머리도 있는 녀석에 성적도 괜찮은데 왜 작가하겠다는 걸 허락하겠어요? 선생님이 애 좀 잘 설득해주세요. 오늘 상담에서 나는 아이를 설득시켜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본인들도 못한 걸 내가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을 하다 그냥 솔직하게 아이한테 말하기로 했다. 나 통보받았다고.
“밀려도 10등인데요...”
“10등이 100등되고 100등이 꼴등 될 거라 생각하니깐 그렇지 너네 부모님께서.”
“쌤 클라스 보존의 법칙 몰라요? 클라스는 영원하다고요!”
“그러기엔 막바지에 정신 차리고 공부하는 반 친구들이 꽤 있지?”
힝... 소연이가 풀이 죽어서 입을 비죽비죽 해댔다. 나는 웃으면서 소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학생을 개 취급하는 것 같아 별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소연이가 난 귀엽게 보였다.
“소연아. 너도 작가가 먹고 살기 힘든 건 알잖니. 그리고 작가는 네가 취미로 해도 되는 거고. 취미가 일이 되면 오히려 즐겁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니깐 국문학과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살짝 진로를 틀어서 나처럼 국어교육과를 가도 되잖아.”
“국어교육과를 간다 해도 전 국어선생님이 되기보단 작가가 되고 싶어요.”
“네가 생각하는 작가와 현실 작가는 차이가 커. 지금 방송 작가로 간 내 친구들 다 다른 유명 작가들 비서처럼 살고 있어.”
“그래도 난 글 쓰는 게 좋다고요. 난 국문학과 허락 해 주실 때까지 공부 안 할 거 에요.”
으휴 이 화상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소연이의 양 볼을 살짝 손가락으로 꼬집었다. 암튼 나는 너네부모님이 시킨 임무 다 했으니깐 부모님한테는 최대한 혼난 티 팍팍 내면서 담탱이랑 상담했다 해줘라. 넵 맡겨만 주세요! 소연이는 환하게 웃으며 교무실을 나섰다. 그때까진 몰랐다. 아이가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사람들을 대했다는 것을.
“박소연 학생 보호자 되시죠? 여기 ㅇㅇ대학 부속병원 응급실인데요, 지금 학생분이 응급실에 실려 왔거든요. 근데 이미 익스파이어(expire : 사망)된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오셔서요. 보호자께서 확인을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11시에 자려고 준비하다 받은 전화는 내 잠을 확 달아나게 했다. 급하게 옷을 입고 택시를 잡아서 응급실에 갔다. 환하게 웃던 아이는 병원 침대에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얼굴까지 뒤집어 쓴 이불을 얼굴 부분만 걷어내자 창백하게 질려 있는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사망 원인은 한강물 투신에 의한 질식사. 부모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을 했다는 말 이후로 경찰들이 한 말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1시간 후에 소연이의 부모님들이 응급실로 뛰어오셨고 어머님은 아이의 차가운 손을 잡고 오열하셨다. 늦은 시간에 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버님은 눈물 젖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셨고 나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꾸벅 하고는 택시를 타고 다시 집에 돌아갔다.
< 선아의 상담 3 >
소진은 선아의 눈을 피했다. 선아와의 독대 중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눈시울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내가 보았던 소연이와 지금 소진이의 반응을 조합해 보면 소연이가 어떤 언니였는지 가늠이 되었다. 선아는 말없이 티슈를 소진이에게 주었고 소진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뻗어 티슈를 잡더니 고개를 돌려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 가 소진이에게 언니의 빈 자리는 자신이 살면서 겪은 가장 큰 상실감이었을 것이다.
“언니 이야기가 너한테 힘든 이야기라는 건 안다. 하지만 너한테 해줘야 할 이야기이기도 했단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살짝 울먹이는 소리로 소진이가 질문했다. 눈물이 잘 안 멈추는 모양이었다.
“다음날 학교에 출근해보니 교무실에 소연이의 편지 한 장이랑 편지 봉투가 한 장 있더라고.”
선아는 자신의 핸드백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들었다.
“책상에 놓인 편지는 나한테 쓴 거고 이 봉투에 든 건 너한테 쓴 거야. 나중에 읽어봐.”
봉투를 받는 소진이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나의 아가 소진이에게. 봉투에 써있는 글씨를 보던 소진이의 간신히 진정된 듯 보였던 눈이 다시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봉투에 쓰인 자신 언니의 글씨를 손가락으로 쓱쓱 쓰다듬었다.
“혹시 왕사슴벌레 라는 곤충을 아니?”
“대충은 알아요. 보통 어렸을 때 한번쯤은 키워봤을 만 한 곤충이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 왕사슴벌레 성체는 여름밤에 숲에서 대적할 만한 곤충이 없을 정도로 힘이 센 곤충이야. 그래서 다른 사슴벌레들을 몰아내고 단단한 나무에 산란을 해. 왜냐하면 단단한 나무속에 산란하는 게 몸이 약한 유충들이 다른 곤충들의 공격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지. 부화한 에벌레는 선택을 하게 돼. 부모가 자신들을 낳은 안전한 나무속에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나무를 나와서 위험이 도사리는 흙 속에서 살 것인지. 나무속을 택한 에벌레는 성체로 자랄 확률이 굉장히 높아. 단 몸집이 굉장히 작아지게 되지 그래서 숲에서 살아갈 때에 다른 곤충들 눈치를 보면서 평생을 살아야해. 간혹 그 나무속에서 밖으로 뚫고 나오지 못해서 죽는 성체들도 있어. 흙에서 살 것을 택한 에벌레는 다른 곤충들에게 먹히거나 각종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져. 하지만 흙에서 자라서 성체가 된 왕사슴벌레는 밤 하늘을 호령한단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비범하기보단 평범하길 바래. 그걸 우린 모성애 부성애 등으로 부르지. 하지만 부모의 울타리를 깨고 나와 자신의 삶을 개척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미래조차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게 되지.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거야 내일이 없이.”
소진이는 의아한 눈으로 선아를 쳐다보았다. 눈은 충혈되어있었지만 갑자기 뜬금없는 선아의 말에 어느 정도 진정됨과 동시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눈빛으로 선아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하시는 거 에요?”
“나랑 네 언니를 왕사슴벌레에 비유하자면 나는 나무속에 있던 에벌레고 네 언니는 흙으로 들어갔던 에벌레랑 같아. 부모가 나에게 길을 정해주었고 나는 그 길을 맹목적으로 따랐지. 사실 부모도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걸 알지 못한단다. 자신이 겪어 본 한두 가지 정도의 길만 알 뿐이야. 그리고 모든 길을 걸어보았다고 스스로 착각하지. 나도 착각했었고.”
선아는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휴우 낮은 한숨이 선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착잡한 감정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듯한 한숨이었다.
“네 언니한테 해줬어야 하는 이야기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야. 그 시절 나 또한 꼰대였거든. 너한테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해주는 말이야.”
< 나의 아가 소진이에게 >
내가 이 세상에 있지 않을 때 아가가 이 글을 읽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네. 내가 떠나면 엄마 아빠가 너만 바라볼 텐데 우리 아가한테 그런 큰 짐을 지어줘서 미안해.
소설 돈 키 호테는 그 당시 무능했던 귀족들을 풍자한 작품이라고 해.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돈 키 호테는 남들 눈엔 바보 같을지 몰라도 진정 자신이 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놓지 않았고,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한 사람이거든. 누군가의 눈엔 모자란 사람일지 몰라도 스스로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이 진정 하고 싶던 일을 했던. 누구보다도 순수했던, 그 순수한 꿈을 꾸고 순수함 속에서 살았던 무적의 기사. 난 돈 키 호테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상은 정말로 라 만차를 닮아있단다. 라만차는 풍차가 유명한 척박한 땅이야. 그런 땅에서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 급급했고 오늘을 버티며 사는 사람들이었지. 하루하루를 이 악물고 버티며 순수함을 버린 사람들이 욕망으로 색칠해 놓은 이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라 만차와 똑같이 닮아 있어.
나는 이 곳 라 만차를 떠나기로 결심했어. 라 만차를 떠나 무적의 기사가 되어 종이 위를 펜으로 누빌 거야.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힘을 풀고 글을 써 나갈 거야.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 내가 기사가 되어도 그 사람들을 지켜줄 수가 없어. 난 라 만차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사랑하는 내 동생 소진아. 라 만차의 사람들은 본인들을 지켜주던 무적의 기사를 항상 그리워하고 있어. 취해서야 본인들의 꿈을 되짚어보는 라만차의 사람들을 지켜주겠니? 라 만차의 사람들이 되기보단 그들을 지켜주는 기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사가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나줘. 사랑해 소진아.
-기사가 기사에게
< 소진이 이야기 2 >
소진이는 밤길을 미친 듯이 걸었다. 교복차림에 신발도 신지 않고 밤길을 홀로 걸었다. 사람들이 수군대면서 쳐다보았지만 소진이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 손에는 언니의 편지가 들려있었다. 도시의 소음이 무감각하게 소진이의 귀에 들려왔다. 발이 아픈지 아닌지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걷고 걸어서 도착한 곳은 청담대교였다. 청담대교에 올라가 소진은 강을 쳐다보았다. 캄캄한 밤하늘을 담아 검은 색으로 흐르는 기분이었다. 다리 한가운데에서 난간을 잡고 소진이는 숨을 고른 후 소리를 질렀다.
“왜 나 여기에 두고 갔어! 왜 두고 갔냐고.”
나 혼자 무섭단 말이야. 강에 대고 소진이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댔다. 소리를 지르자 감정이 더 복받쳐서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엉엉 울었다. 오랜만에 소리를 내어 펑펑 울었다. 쪼그려 앉아 펑펑 울어댔다. 예전에 언니 앞에서 울듯이 펑펑 울었다. 그럴 때마다 언니는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여 주었다. 아구 우리 애기 뭐땜에 또 울어? 그렇게 달래면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내심 그러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비극적이었다. 한참을 울고 어느 정도 진정되자 소진이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난간을 잡고 한강에 대고 말했다.
“난 살게. 어떻게든 살게. 부모님 인생을 살아주지 않고 내 인생을 살게. 거기서 기다려.”
소진이의 외침은 도로 위의 차들에 묻혀 실제보단 작게 들렸지만 강하게 퍼져나갔다.
이변
99프로 확률에 모든것을 걸었다
집문서 땅문서에 사채까지 끌여들여
정배 한번 따려했다
1프로 확률이 발동됐다
독일
역사에서 배우는게 없는 친구들이다
1차대전때도
히틀러때도
이젠 축구도 털린다
러시아 땅에서
항상 털리는 역사를 반복한다고 한다
인민재판
억지를 부려놓고
사과하지 않으면 대자보 올리시겠단다
자기들은 분명 사회정의 실현이라 믿을거다
미투
나만 당한줄 알았는데
나에 앞서 당한놈이 또있다
니가 잘못한게 없는데 왜 니가 숨냐
사기꾼
이친구 믿고 가즈아 만세삼창 했다
서서히 연락이 뜸해진다
이새끼 찾게 흥신소 알아보고왔다
돈벌게 해준다는 친구 믿지 말라
돈은 니가 버는거다
말을 믿지 마라
그인간의 행동거지 보고 신뢰를 결정하자
열등감
모시는 형들이 내가 공부하는거 보고
"마 니 가방끈 길다고 나 믓씨 하나"
마 배우는거는 나이먹어도
공부해야하는거 아입니까
성실성
너에게 없는것
일어났는데 굿모닝이 아니라 굿 애프터눈이다
오늘은 일찍자자
인문학
남들은 쉽다는데 나는 어려운것
분명 수업때 나는 뭐해야할지 모르는것
물론 사회나와서 그걸로 뭐해야할지 모른다
집중
아무리 방해되는 것이어도
이것이 있으면 무섭지 않고
내 갈길을 간다
서점
한달에 한번씩 서점을 가자
책을 읽으러 가지 마라
거기 베스트셀러들 제목만 봐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것만큼 확실한건 없다.
잃을 것
없으면 깽판쳐라 제발
잃을거 없는놈이 가장 무섭다는데
왜 너는 아무것도 못하니
삽질이 유유부단보단 낫다
인정
발표를 못해서 자신감 없냐는 물음에
아니요 이건 실력문제입니다
주눅은 안드는데 발표를 못하는거니깐
누가봐도 실력이다.
이말에 Practice 3번 외쳐주신
교수님 감사합니다
행복
미움받을줄 아는놈이 행복하다
하고싶은대로 하면 행복하다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주지는 말자
오랜만
감정 다 씻고 만나면 그게 오랜만이다
좋은것 나쁜거 다 잊고만나면 오랜만임
물론 돈떼먹은건 그때만나도 안잊는다
평범
그냥 하지 말라하면 하지마
제발 하지말라고
그렇게까지 관심받고싶냐
주제
주제에 걸맞는 이야기를 좀 하자
애정결핍은 사회 병리현상이다
어떻게든
자기만의 이야기 하려는 놈을 양산한다
이해관계
이게 잘맞으면 일은 풀린다
웬만하면 이걸로 상황판단 사람판단해도 된다
그리고 이걸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친구들은 극과 극이다
진짜 좋거나 진짜 싸이코거나 둘 중 하나다
이상형
역시 성실한 사람이 좋다
조용히 자기할거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진짜다
겉이 화려해봐야 의미없더라
중2병
어른 되도 이거 갖고사는놈들 한둘 아니다
어른인지 얼라인지 내 구분이 안간다
말만 하고 실천을 안하니 답답한 친구들이다
9급 공무원
제발 하지마라
너 아니어도 할사람 널렸다
능력 안되면 다른 공부를 해라 제발
그리도 진로가 막막하면 돈되는 공부를 해라
왜이리 생각들이 단순하다냐
1. 먹방규제
정부가 먹방하지 말랜다
벤쯔는 이제 돈 못번다
혹시 서울역 사랑의집에서 벤쯔를 본다면 반드시 팬이었다고 응원해주자
2. 쓰레기의 남녀평등
여자 한대 남자 한대 평등하게 때리는것
남녀 평등하게 용돈주니깐 공평하다
경찰 아저씨랑
안면이 트이기 시작하는 평등이다
3. 못알아먹음
분명 앞에 두개 시 이해 못하거나 재미없어서 늘어지는놈 생긴다.
벤쯔는 유튜브 먹방 방송인이고
두번째꺼 용돈은 합의금이다
의미부여 없이 가볍게 읽자
나도 노잼인거 알아
4. 피곤
솔직해지자
맨날 밤을 새니
맨날 피곤하지
5. 장아조씨
시속의시 대장님
관악산 기받으며 공부하신다
솔직히 학교 부럽다
6. 빙고
신동아아파트는 세상 부자들이 다 모여산다
동빙고는 재개발로
월세 10만원 인생들 다 쫓겨난다
둘다 서빙고역 쓰는게 공통점이다.
신동아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부에 2번출구가 있지만
동빙고에서 서빙고역 가려면
큰길 몇 개는 지나야한다
7. 관점
똑같은 사건도
누군가는 잘써먹고
누군가는 불행하다
8. 수학
다시보니깐 쉽다
사실 고딩때도 풀만했다
문득 수능시험때 30분만에 잤던거 생각난다
9. 독자
너네가 누군지 난 모른다
도대체 언놈들이 내 글 읽는거냐
뭔생각하며 읽는지 궁금하다
10. 9번에서 연결됨
자 9번시는 적당히 독자와 소통했다
아 독자님들 시 잘썼다고 칭찬좀 해줘요
물론 저는 아직 독자님들 칭찬은 안해줬습니다
11. 칭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니깐 독자들 칭찬해서 기분좋게 만들어주자
솔직히 독자님들 대단하십니다.
아 근데 뭐라고 칭찬해주지 생각안난다
12. 첫번째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그걸로 회식 맛있게 하겠습니다
회식때 숟가락 한번 들때마다 여러분 한번씩 생각하겠습니다
13. 두번째
막말로 점철된 시 읽는 당신은
멘탈이 정말 강한겁니다.
사무엘 베켓이 ‘고도를 기다리며’ 발표할 때
세상에 준 충격보다는
제 시가 더 충격적입니다
14. 속내
그니깐 여러분들 모두 행복하세요
이 시 읽고 행복하시고
감언이설로 기분좋으실 테니
후원 이미 하셨으면 한번 더하시고
금액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15. 속도
원래는 1분에 1개씩 시를 찍어냈는데
오늘은 5분에 하나씩 찍어낸다
피곤해서 그런가벼
16. 일기장
보통 사람들에게
시 20편을 하루만에 쓴다는건 어렵다
그들은 어쩌면
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시쓴다 해놓고 나처럼 일기쓰면 되는데
17. 직관
사회생활에서 어려운 말로
설득시키려 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라 했다
당신의 직관은 우수하다
단순하게 말하는게 정직의 또다른 말이다.
사기꾼이 쉬운말로 설득시키는거 봤나?
18. 바보들의 놀이
도저히 되도않는걸 요구한다
되도않는 주장을 하며 이상한 공감을 하고,
정의롭다고 착각한다
19. 일러스트
소영이가 내 일러스트 그린거 생각난다
병아리가 아령들고있더라?
강인한 병아리 이미지 개꿀
20. 치맥꾼
만날때마다 치맥한다
야 솔직히 니 작품 봐주는것보다
치맥이 더땡긴다
인정하자
21. 마무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사실 1시간만에 20편 다씀’ 하면서
자랑하고 싶은데 참겠습니다.
재밌죠? 빨리 제 시 재밌다고 해주세요
장석길
장: 장대장님 건축뜻에
석: 석사학위 예수은총
길: 길이있네 성전짓자
김현우
김: 김씨일가 자손이니
현: 현명하게 탈세하세
우: 우둔하게 남지마라
김소영
김: 김태희가 울고가고
소: 소지섭급 개잘생김
영: 영화배우 인정한다
윤석진
윤: 윤리과목 만점인데
석: 석진이는 개양아치
진: 진심이거 사람인가?